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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거목 타계와 깊어지는 갈등: 고노 요헤이 별세에 따른 중일 방중 연기와 경제 안보 리스크
지중파(知中派) 외교의 거두였던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지난 8일 별세함에 따라, 그가 이끌던 재계 단체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의 베이징 방문 계획이 전격 연기되었습니다. 당초 협회 대표단은 오는 21~24일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 협력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핵심 광물 대일 수출 규제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노 전 의장의 타계 이후 중국 측이 지도부 면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오면서 양국 관계 회복 시도에 큰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한편, 중국 진출 일본 기업 단체인 중국일본상회는 ‘2026년 백서’를 통해 중국 당국의 희토류 등 이중용도 물자 수출 규제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기준 명확화를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1. 지중파 거목의 타계와 외교적 공백: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이 남긴 족적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독보적인 균형추 역할을 수행해 왔던 거물급 정치인의 별세가 얼어붙은 동북아 정세에 또 다른 파고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웃 국가들과의 평화적 공존과 유대 관계를 평생의 신조로 삼아온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지난 8일 향년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고노 전 의장은 일본 정계 내에서도 대표적인 온건파이자 중국 사정에 정통한 지중파 인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그는 2006년부터 일본의 주요 재계 단체인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의 회장직을 맡아 오며,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가 경색될 때마다 민간 채널을 가동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막후 조율사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과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국가부주석 시절의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여 년간 중국 지도부 구성원 약 30명을 만나 70회 이상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이력은 그가 구축한 대중 신뢰 자산의 깊이를 대변합니다. 작년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면담하며 경제 교류의 끈을 놓지 않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도 양국 관계 가교 역할에 헌신했습니다.
2. 악화 일로의 중일 관계와 빗장 걸린 베이징: 다카이치 총리 발언 여파와 방중 연기
최근 중일 관계는 정치·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공식 선상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은 이후, 중국 정부는 격렬하게 반발하며 대일 외교 기조를 냉각기로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도 고노 전 의장은 올해 들어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중국 방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돌파구를 모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대표단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중일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꼬인 실타래를 풀 계획을 수립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노 전 의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이 방중 계획의 강력한 구심점을 상실케 만들었습니다. 중국 측은 고노 전 의장 별세 직후 협회 측에 고위 지도부 구성원과의 면담 주선이 어렵다는 냉랭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고, 결국 예정되었던 대표단의 베이징 방문은 전격 연기되는 침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 경제 안보의 무기화와 일본의 딜레마: 중국의 핵심 광물 대일 수출 규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양국이 직면한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은 구체적인 공급망 위기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과 군사용·민간용으로 모두 전용이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에 대해 촘촘한 수출 규제를 들이대며 일본 경제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와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게 중국의 이러한 공급망 통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연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의 대화를 통해 안보 갈등의 완충지대를 마련하려던 일본 재계의 전략은 민간 외교의 거목이었던 고노 전 의장의 부재와 중국 지도부의 비협조적 태도가 맞물리며 극심한 난항에 봉착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해 대응하려던 일본의 구상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장벽 앞에서 거대한 한계에 직면한 모양새입니다.
4. 재한 기업들의 집단적 목소리: '2026년 백서' 발표와 투명성 요구
중국 현지에 진출해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위기감은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중국 진출 일본 기업들의 공식 대변 단체인 ‘중국일본상회’는 최근 중국 정부를 향해 투자 및 사업 환경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공식 의견서인 ‘중국 경제와 일본 기업 2026년 백서’를 대외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일본 상회는 이 백서를 통해 현재 중국 당국이 들이대고 있는 희토류 등 핵심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실제 행정 운용에 있어 지나친 불투명성과 자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통상적인 무역 절차마저 정치적 기류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불확실성 속에서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과 장기적 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항변입니다. 현지 일본 기업들은 중국 당국을 향해 수출 허가 기준과 심사 절차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공표해 줄 것을 강력한 톤으로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5. 대화의 발판 상실과 안개 속 동아시아 정세: 민간 채널 붕괴가 가져올 미래
결과적으로 이번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의 타계와 재계 대표단 방중 무산은 단순히 한 단체의 일정 연기를 넘어, 중일 관계 전체의 복원력을 상실케 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큽니다. 미·일 동맹의 밀착과 대만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속에서, 양국 고위급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막후 민간 채널의 소멸은 향되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고노 전 의장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사라진 일본 재계 단체를 굳이 특별 대우할 필요가 없다는 냉정한 외교적 셈법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안보적 파국을 막아내던 ‘정경분리’의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을 멈추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려는 일본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전망입니다. 가교를 잃어버린 중일 외교 정세는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짙은 안개 속을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양국을 이어주던 마지막 보루인 민간 외교 채널마저 구심점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고 우려스럽습니다.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의 별세는 단순히 일본 정계의 거물이 사라진 것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대중국 신뢰 자산과 막후 대화 창구가 통째로 증발해 버렸음을 의미합니다. 중국 지도부가 타계 소식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면담 불가 방침을 전해온 대목에서는 외교 무대의 철저하고도 냉혹한 현실 계산법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현재 중국이 일본을 향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경제 안보를 무기화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소통 공백은 현지 일본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거대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발언으로 가뜩이나 명분을 찾지 못하던 양국 관계가 이제는 중재자마저 잃어버려 당분간 강 대 강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중일 관계의 변화와 중국의 자원 무기화 흐름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자원의 불투명한 규제 강화를 비판하는 일본 기업들의 백서 내용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공급망을 흔드는 시대일수록, 국가 간의 공식 외교뿐만 아니라 고노 전 의장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것과 같은 다원화된 민간 소통 채널을 상시 확보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차대한 과제인지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