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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의 테헤란: 최고지도자 은신과 이란 정권의 위험한 분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휴전 이후 이란 내부에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미 협상 여부를 놓고 심각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습 부상으로 은신하며 권력 공백 논란이 일자, 강경파 '파이다리' 계열은 온건 협상파를 향해 "전략적 실수"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의 실권자 혼선을 지적하며 협상단을 철수시키는 등 중동 정세는 다시금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 전후의 가려진 균열: 휴전 3주 만에 터져 나온 권력 투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공습 아래 '국가 존립'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뭉쳤던 이란 정치권의 결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휴전 발효 3주가 지나면서 테헤란의 정가는 향후 대외 정책의 방향성을 놓고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부의 적이 잠잠해지자마자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계파 간의 갈등이 핵 프로그램 협상이라는 인화성 강한 주제를 타고 다시 폭발한 것입니다. 이는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란 정권이 내부의 정치적 내전 상태로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2. '전략적 실수'인가 '현실적 선택'인가: 핵 협상을 둘러싼 혈투
갈등의 정점에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서 있습니다. 그는 최근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과 접촉하며 실무적인 종전 협상을 주도해왔으나, 강경 보수 세력인 '파이다리' 계열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강경파 의원들은 핵 프로그램을 협상 의제에 포함한 것 자체를 "완전한 손해"이자 주권 포기로 규정하며 협상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란 의회의 압도적 다수가 협상 지지 성명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요직을 장악한 강경파의 반발은 이란의 외교적 결단력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3. 사라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은신과 권력 공백
현재 이란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행방입니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는, 공습 당시 부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잃음과 동시에 본인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십 년간 계파 갈등을 조율하던 원로들이 공습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젊은 지도자의 장기 은신은 실무 조직과의 소통 단절을 야기했습니다. "누가 최종 승인권자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내부조차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4. 트럼프의 심리전: "누가 실권자인지 아무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의 이러한 취약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란 내분의 혼란을 이유로 2차 협상단 파견을 전격 취소하며, 이란 정권을 향해 심리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이란의 종전 제안이 파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제안자의 실질적 권한에 의문을 표하며 협상의 시계를 멈춰 세웠습니다. 서방은 이란 지도부가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을 국제적 고립으로 몰아넣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5. 자해적 강경론의 위험성: 전면전 재발의 우려
이란 내부의 개혁파와 중도파들은 강경파의 행보를 정치적 자해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경제 제재 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강경파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협상을 방해하는 행위가 결국 이란을 다시 전면전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란에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다"는 지도부의 공식 성명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내부 분열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테헤란의 권력 투쟁이 멈추지 않는 한, 중동의 영구적 평화는 요원한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내부의 분열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입니다. 이란이 대외적으로는 강한 척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은신이 길어질수록 강경파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이란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텐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냉철한 '실권자 확인' 작업이 이란 지도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중동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