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대리서명 징계' 집배원 사망, 법원 "업무상 재해 불인정": 순직 불승인의 쟁점과 공무상 재해 입증의 벽
    사진:연합뉴스

    ⚖️📮'대리서명 징계' 집배원 사망, 법원 "업무상 재해 불인정": 순직 불승인의 쟁점과 공무상 재해 입증의 벽

    우편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과오가 한 집배원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2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광주 지역의 집배원 A씨의 배우자 B씨가 인사혁신처(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공무상 재해,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직업적 스트레스와 개인의 비극 사이의 법적 판단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수취인 부재 중 등기 대리서명과 징계

    故 A씨는 2002년에 임용되어 광주의 한 우체국에서 20년간 근무해 온 베테랑 집배원이었습니다. 비극은 2021년 4월, A씨가 수취인 부재중에도 임의로 대리서명한 후 등기우편물을 배송했다는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행위는 수차례의 민원과 고소로 이어지며 A씨를 8개월간의 수사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수사 결과, A씨는 공전자기록위작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우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나, 이듬해인 2022년 2월 소속 기관인 전남지방우정청으로부터 '견책' 징계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수사는 종결되었을지라도, 징계 처분은 A씨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결국 2022년 8월, A씨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2. 유족의 주장: 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발병·악화

    A씨의 배우자 B씨는 남편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남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입증하려 했습니다.

    B씨는 남편이 사망 2개월 전 받은 '최하위 근무평정'으로 큰 모욕감을 느꼈고, 민원인이 민사소송 등 추가 법적 절차를 진행할지 모른다는 극심한 걱정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켜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유족 측의 핵심적인 논리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기준: '사회평균인'의 감수 범위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씨가 사망 직전까지 "심리적으로 위축돼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스트레스의 정도가 공무상 재해로 인정될 만큼 높았는지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으로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직장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심리적 위축이나 스트레스업무상 재해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스트레스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법원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4. 객관적 증거 부재의 벽: 의무기록 및 진료 기록의 중요성

    법원이 순직 인과관계를 불인정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객관적 증거의 부재였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 전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울증 발병 및 악화에 대한 객관적인 의무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비록 감정의가 유족과 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의 사망 전 정신건강 상태를 추정하며 '우울장애 또는 정신장애 상태의 자살로 볼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감정의 의견은 추정한 것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의무기록 등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다"고 명시하며, 법적 판단에 있어 진료 기록과 같은 객관적 자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5. '자살'과 '공무상 재해'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재판부는 A씨가 민원 및 징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스트레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게 만든 우울증의 원인공무와 관련된 사유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끝내 자살로 나아갔다는 사실만으로 그전까지 나타난 증상들이 공무와 관련된 사유로 인해 발병된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섣불리 추단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업무로 인해 유발되거나 악화된 정신 질환자살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임을 의학적/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하는 높은 장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 순직 불승인 처분과 남겨진 사회적 논의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은 고인의 배우자에게는 다시 한번 큰 슬픔과 좌절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집배원과 같이 감정 노동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종의 공무원들이 겪는 직업적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법적 보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편물 대리서명이라는 업무상 과오가 수사, 징계, 그리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직 사회의 경직된 처리 절차공무원들의 심리적 안전망이 제 기능을 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됩니다.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공무 수행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 관리심리 상담 지원 강화공무원의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배원순직 #업무상재해불인정 #공무상재해입증 #정신적스트레스 #대리서명징계 #법적판단기준 #집배원안전망 #순직유족급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