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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된 혐오와 흔들리는 민주주의: 전남광주통합시의회 첫 정책토론회가 던진 경고와 제도적 해법
윤민호 진보당 의원의 주최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광주청사에서 '혐오가 놀이가 된 시대, 민주주의를 묻다' 긴급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배재고 야구부의 5·18 혐오 응원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조롱 문화의 오프라인 확산 구조를 진단하고자 마련된 통합의회 첫 정책 행사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에 대한 선별적 규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및 관계기관 대응체계 구축, 5·18민주화운동법의 엄정한 적용과 임시 삭제 조치 제도화, 그리고 일상적인 민주시민교육 및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제언했습니다.
1. 스포츠 현장을 오염시킨 역사 왜곡: 배재고 야구부 사건이 촉발한 긴급 토론회
최근 고등학교 스포츠 경쟁의 장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우리 사회의 역사 인식과 윤리적 방어선이 어디까지 무너져 내렸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고교 야구 경기 도중 발생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혐오 응원 논란은 단순한 학생들의 일탈이나 철없는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내포된 독성이 지나치게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출범 이후 첫 발을 내딛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사회적 병리 현상을 진단하기 위한 엄숙한 공론의 장을 긴급하게 마련하였다.
진보당 소속 윤민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의 주도로 9일 광주청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혐오가 놀이가 된 시대, 민주주의를 묻다' 정책토론회는 통합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진행된 정책 토론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행사는 배재고 야구부 사태라는 구체적인 발화점을 통해, 그동안 장막 뒤에 숨어있던 온라인상 왜곡과 조롱의 문화가 어떻게 학교 교실과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공적인 영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는지를 거시적인 구조 속에서 철저히 해부하고자 기획되었다. 단순한 사과문 발표나 단편적인 징계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근본적인 예방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무거운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다.
2. 가상 세계에서 현실 공적 공간으로: 온라인 혐오 문화의 이동과 선별적 규제론
이날 토론회에서 학계를 대표해 기조발제에 나선 홍성수 숙명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를 인류학적, 법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추적하였다. 홍 교수는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양상이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며,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가상 세계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확산해 온 인터넷 하위문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성의 그늘 속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희화화하고 배설하듯 즐기던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들이 마침내 오프라인 공적 공간이자 신성한 교육과 스포츠의 현장으로 전이되었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오염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대응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적 가치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모든 혐오 표현을 전면적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하지만, 사회적 해악이 명백하고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히는 핵심적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별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법적 처벌이라는 사후 약방문식 조치보다는, 교육 현장에서의 철저한 거부와 대항 표현의 활성화, 그리고 차별금지 및 괴롭힘 방지 대책이 입체적으로 병행되는 유기적인 방어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하여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3. 민간 모니터링의 한계 직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과 공동 대응체계 촉구
역사의 진실을 수호하는 일선 현장에서 분투해 온 5·18기념재단의 박강배 상임이사는 현재 직면한 왜곡 범죄의 국면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의 5·18 왜곡과 폄훼 세력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적 편향성을 띤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전유물이었다면, 오늘날의 혐오 세력은 온라인 커뮤니티, 비디오 게임, 상업 광고, 심지어 청소년들의 스포츠 응원 문화에까지 삼투압처럼 스며들어 새로운 전환기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혐오가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비판적 '놀이'로 변질되면서 그 전파 속도와 대중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 이사는 이러한 심각한 국면 속에서 기존의 대응 방식이 가졌던 한계점을 냉정하게 짚어냈다.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민간 차원의 개별적 고소·고발이나 소극적인 인터넷 모니터링 활동만으로는 매일 수천 개씩 쏟아지는 악의적인 변종 콘텐츠들을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수립이 시급하며, 민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통합적 관계기관 대응체계를 일사불란하게 구성해 전방위적인 압박과 정화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4. 법적 엄정성과 제도적 보완: 5·18민주화운동법 적용과 임시조치의 강제화
역사 왜곡 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사법적 칼날을 갈아야 한다는 법조계의 실무적 제언도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소속의 최기영 변호사는 현행 실정법 체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단호한 조치들을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행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역사를 왜곡할 경우 엄중한 형사처벌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는 만큼, 사법 당국이 이번 고교 스포츠 응원 사건과 온라인 유포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조항을 타협 없이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동시에 현행법이 가진 정보통신망 공간에서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신속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왜곡과 혐오 표현은 단 몇 분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복제되어 확산하기 때문에 사후적인 형사처벌만으로는 손해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왜곡 정보가 발견되는 즉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고발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즉각적인 삭제 요구 및 포털 상의 임시조치가 발동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및 관련 조례의 전격적인 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고 강조했다. 독성이 퍼지기 전 혈류를 차단하는 사법적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5. 일상화된 민주시민교육의 과제: 차별금지법 제정과 정규 교과 편성의 지향점
결국 혐오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건강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종착지는 교육과 사회적 제도적 가치 기준의 재정립으로 수렴된다. 백성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일회성 계기 교육이나 형식적인 가정통신문 배포로는 청소년들의 내면화된 혐오 조롱 문화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학창 시절 전반을 관통하는 5·18 민주화 교육 및 민주시민교육의 일상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역사의 아픔을 공유하는 감수성 교육이 학교 현장의 기본 공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최완욱 상임활동가 역시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최 활동가는 오랜 기간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표류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즉각적인 제정이야말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혐오를 제어할 최소한의 브레이크라고 역설했다. 이에 더해 인권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교육을 일회성 특강이 아닌 학교 정규 교과 과목으로 공식 편성하는 과감한 교육 혁신이 동반되어야만 아이들이 혐오를 놀이로 소비하는 비극을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윤민호 의원은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조례 검토 과정에서 이러한 민주인권 교육 조항들이 꼼꼼하게 반영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하며, 혐오를 방치하는 공동체에는 결코 건강한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