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한민국의 정부 전산 시스템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의 결정적 발화 과정이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단순한 전기 합선이나 자연 발화가 아닌, 작업자의 공구 사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스파크가 최초 발화점이었으며, 이후 배터리팩의 특성으로 인해 화염은 통제 불능의 연쇄 폭발로 확산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단 3분여 만에 국가 전산망의 심장부는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이 충격적인 화재는 정부 기능의 마비라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티스토리 뷰
목차

국가 중추를 마비시킨 화마의 기원: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작업 중 스파크에서 연쇄 폭발까지의 분노의 3분
최초 스파크의 순간: 작업 공구와 발화점의 확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부 CCTV 영상은 참사의 시작점을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사고 당일 오후 8시 16분 44초경, 전산실 내 한쪽 벽에 설치된 배터리팩 선반 위쪽에서 섬광과 함께 번쩍하는 불꽃이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전산실에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별개의 CCTV 영상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최초 발화가 발생한 배터리팩 선반 우측 벽면에 설치된 다른 영상에는 한 작업자가 전동드릴로 추정되는 공구를 이용해 배터리팩 아래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는 장면이 선명히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작업자의 부주의나 안전 수칙 미준수 등과 연관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불꽃에 놀란 작업자는 잠시 뒤로 넘어졌다가 일어났으며, 다른 작업자들도 서둘러 대피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은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통제 불능의 연쇄 폭발 타임라인
- 오후 8시 16분 44초경: 배터리팩 선반 위쪽에서 첫 스파크 발생. 작업자가 전동 드릴로 추정되는 공구 작업 직후 확인.
- 초기 대응: 일부 작업자들이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려는 시도 포착.
- 오후 8시 18분 14초경: 첫 발화 약 1분 30초 만에 훨씬 큰 강도의 폭발 발생. 불꽃이 옆 배터리팩으로 옮겨붙는 연쇄 폭발 시작.
- 폭발 직후: 두 번째 발화 약 30초 만에 전산실 내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잿빛 연기 번짐.
- 오후 8시 20분경: 첫 발화 3분여가 지난 시점. CCTV 영상이 거의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검은 연기가 전산실 내부를 완전히 뒤덮음.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 1분 30초 뒤 지옥으로 변한 전산실
CCTV는 배터리팩에 불이 붙은 직후 작업자들이 소화기를 사용하여 초기 진화를 시도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특성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첫 발화가 발생한 약 90초 뒤, 불꽃은 잦아들기는커녕 훨씬 강력한 폭발로 번져 나갔습니다. 이 폭발은 인접한 배터리팩으로 화염을 옮겨 붙이며 순식간에 연쇄 반응을 일으켰고, 전산실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두 번째 폭발이 시작된 약 30초 만에 전산실 내부는 더 이상 CCTV 영상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잿빛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총 3분여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전산실 내부가 완전히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작업자들의 대피가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이 불은 이튿날인 27일 오후 6시에야 완전히 진화되었으며, 5층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가 모두 소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CCTV 영상은 인간의 실수가 첨단 기술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안전 수칙 준수와 시설 관리의 책임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단순히 장비의 결함이 아닌, 작업 환경에서의 인적 요인이 결합되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터리 이동을 위한 작업 중 전동 드릴 사용으로 추정되는 스파크가 최초 발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국가 핵심 시설의 안전 관리 수칙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밀폐된 전산실과 고에너지 밀도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취급하는 환경에서는 최소한의 실수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은 단순히 소실된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서, 첨단 설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 교육과 절차 준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들의 눈앞에 공개된 화재의 발생 과정은 모든 산업 현장,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요 시설에서 안전이 최우선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3분여 짧은 시간 동안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뻔했던 화염의 기록은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에 깊은 교훈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