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하누크빌의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범죄 단지, 이른바 '웬치'의 비인간적 참상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한국인들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고수익 취업 광고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캄보디아를 찾았던 20대 A씨와 30대 B씨는 6개월 동안 보이스피싱을 강요당하고 끔찍한 고문과 폭행에 시달리는 지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현지 경찰에 구조되기까지 160여 일, 이들의 감금 생활은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말살된 현장이었습니다. 특히 탈출을 시도하던 중국인이 경비 직원들에게 무참히 맞아 사망하는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해야 했던 경험은 이들의 악몽을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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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캄보디아 범죄 단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한국인의 처절한 기록: 전기 고문과 사망의 공포, 160일 감금의 진실
전기 충격기와 쇠 파이프의 비인간적 고문 실태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범죄 단지 내 생활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보이스피싱 업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태국 국경과 가까운 포이펫의 고문실로 끌려간 A씨는 천장에 설치된 수갑에 매달려 중국인 관리자 3명의 가혹 행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전기 지지미(전기 충격기)로 온몸을 지지고 쇠 파이프로 무차별하게 때렸습니다. 비명도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라는 A씨의 진술은 당시 참혹함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기절하거나 쓰러지면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고문을 계속하는 방식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잔혹함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고문실에 갇혀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했던 중국인 관리자들의 행위는 이들이 한국인들을 "동물 취급"했다는 증언으로 이어집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중국인 감금 피해자들이 세끼 식사와 담배를 제공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들에게 가해진 차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름 대신 "한궈 씁니다"라는 비하적 명칭으로 불리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눈앞에서 목격한 탈출 시도자의 참혹한 죽음과 피 닦는 강요
A씨와 B씨가 가장 끔찍한 악몽으로 떠올린 장면은 함께 감금되어 있던 중국인이 탈출을 시도하다 경비 직원들에게 무참히 맞아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B씨는 당시 상황을 "나사못으로 경비 직원 눈 주위를 찔러 쓰러뜨렸는데 다른 한명한테 제압됐고, 무전을 받은 경비 직원 10명이 우르르 몰려와 몽둥이로 때려죽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러한 끔찍한 폭력의 결말을 직접 목격한 두 한국인은 이후 탈출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심리적 외상을 입었습니다.
더욱 잔인했던 것은 사망 직후 중국인 관리자가 A씨에게 양동이의 물과 수건을 주면서 고문실 벽과 바닥에 튄 숨진 중국인의 혈흔을 모두 닦으라고 강요한 행위였습니다. A씨는 "피비린내가 1주일 동안 손에 남아 있었다"고 끔찍함을 떠올렸습니다. 양 손목에 채워진 수갑으로 자해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이러한 강요는 육체적 고통을 넘어 정신적 모독이자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을 것입니다.
A씨: "복도에서 '전기 지지미' 소리가 '찌직'하고 나면 '아…또 우리를 고문하러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B씨: "나사못으로 경비 직원 눈 주위를 찔러 쓰러뜨렸는데 다른 한명한테 제압됐고, 무전을 받은 다른 경비 직원 10명이 우르르 몰려와 몽둥이로 때려죽였다."
와이파이 검출기를 피한 기발한 탈출 시도와 극적 구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A씨와 B씨는 탈출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A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인 경비 직원에게 여자친구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고 싶다는 핑계로 휴대전화를 잠깐 사용했고, 텔레그램으로 자신들의 사진과 위치를 외부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범죄 단지 건물에 설치된 와이파이(WiFi) 시스템 검출기에 전송된 사진이 관리자에게 발각되면서 3시간도 채 안 돼 다시 고문을 당하고 다른 시설로 끌려가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실패를 거울 삼아 A씨는 마지막 탈출 시도에 나섰습니다. 다시 보이스피싱 업무를 하게 되면서 사용하게 된 PC를 이용하여 포털사이트 메일에 접속한 뒤, 누구에게도 전송되지 않는 '내게 쓴 메일함'에 자신의 위치 사진과 상황을 저장해 두었습니다. 와이파이 시스템으로 검출될 염려가 없는 기발한 방법이었습니다. A씨는 이후 친형과 박찬대 국회의원실 관계자 등에게 자신의 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어렵게 전달했고, 결국 지난달 29일 현지 경찰에 구조되면서 160여 일의 악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송환을 앞둔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국가적 책무
현재 A씨와 B씨는 시하누크빌주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 유치장에 머물며 추가 조사를 받고, 귀국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연은 지난 11일 박찬대 의원실을 통한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고문과 감금, 살인 목격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겪은 이들이 한국에 돌아온다 하더라도, 악몽 같았던 기억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이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고수익 해외 취업이라는 미끼를 통해 선량한 국민들을 범죄 조직의 노예로 삼는 해외 인신매매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단순히 이들을 송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여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해외 취업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이러한 범죄 단지를 근절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