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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 리포트: 전통 상례의 수호자, 조원경 목사의 삶과 얼

    민족의 얼을 빚은 목회자: 故 조원경 목사가 남긴 국학의 유산

    [부고 및 주요 약력 요약]
    전통 상례와 제례 연구의 대가인 조원경 경산 하양무학로교회 목사(나라얼연구소 이사장)가 13일 오후 급성 폐렴으로 별세했다(향년 69세). 독립운동가 조병국 선생의 손자인 고인은 신학자와 철학자로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특히 멸실 위기의 상엿집을 보존해 국가 중요 민속문화재로 지정되게 했으며, 평생 모은 1만 1천여 점의 자료를 기증하는 등 국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남겼다.

    1. 독립운동가의 후손, 신학에서 한국의 뿌리를 발견하다

    고(故) 조원경 목사는 1957년 경북 청송에서 독립운동가 해창 조병국 선생의 손자로 태어났다. 가문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은 그는 계명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셰필드대학교에서 신학 연구원으로 유학하며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 유학 시절, 서구 학문을 접하며 오히려 "동양과 한국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게 된 고인은 조선 초기 기독교 전래 시기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와 우리 전통의 상례 및 제례 문화가 조우하는 지점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는 평생의 연구 과업이 되었다.

    2. 천막 목회에서 승효상의 '작은 예배당'까지

    고인의 목회 여정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6년 경산 하양읍에 천막을 치고 시작한 목회는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신앙의 실천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2019년, 고인은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한 하양무학로교회를 완공했다. 이 '작은 예배당'은 화려한 대형 교회의 모습 대신 낮고 겸허한 자세로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고인의 목회 철학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신학 석사와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모두 섭렵한 그는 종교적 교리에 갇히지 않고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왔다.

    3. 멸실 위기의 '경산 상엿집'을 국가 문화재로 일구다

    조원경 목사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성과는 흉물로 취급받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상엿집을 보존한 것이다. 고인은 2009년 경북 영천의 300년 된 상엿집을 사비로 사들여 경산으로 이전 복원했다. 전통 상례 문화가 미신이나 기피 대상으로 치부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고인은 이것이 우리 민족의 '삶과 죽음의 철학'이 담긴 소중한 자산임을 역설했다.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 끝에 2010년, 이 건물은 국가 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제266호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한국 상례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섰다.

    4. '나라얼연구소' 설립과 1만 1천 점의 무상 기증

    고인은 2002년 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아 나라얼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곳에서 고인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전통 제례와 상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인문학 강의를 통해 민족의 얼을 전파했다. 특히 2022년에는 평생을 바쳐 수집한 국학 자료 1만 1천여 점을 한국국학진흥원에 조건 없이 기증하며 "자료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민족의 자산"임을 몸소 실천했다. 그의 삶은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과 학자로서의 양심이 결합된 고결한 헌신의 연속이었다.

    5. 떠난 이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 온고지신의 정신

    급성 폐렴으로 69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경산 상엿집'의 고즈넉한 자태와 수만 점의 연구 자료는 우리 곁에 남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일깨운다. 종교의 벽을 넘어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었던 고인의 삶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근본'에 대한 소중함을 묵직하게 전하고 있다.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고인은 이제 그가 사랑했던 민족의 얼 속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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