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지표 사냥의 명암: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을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의혹
연세대학교가 2017년 신설한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을 통해 해외 우수 교원을 초청하면서, 자교 교수와의 공동 연구 없이도 '연세대 소속'을 병기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연구 실적을 부풀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중국 학자는 6년간 약 500편의 논문을 연세대 소속으로 발표했으나 실질적인 국내 체류나 공동 연구 기록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 이후 연세대의 QS 세계대학 순위는 100위권 밖에서 50위권으로 급상승했으나, 학계에서는 이를 '학술 용병'을 이용한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세대 측은 현재 관련 학자들과의 계약을 모두 정리하고 제도를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1. 프론티어 랩(YFL)의 설립과 변질된 '공동 소속' 규정
연세대학교는 2017년 연구 역량 강화와 세계화를 목적으로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을 신설했다. 초기 취지는 해외 우수 연구자와의 네트워크 형성이었으나, 실상은 대학 평가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이 짙다. 2018년 공고문에 따르면, 연세대는 자교 교수와의 공동 저술이 아닌 단독 논문이라 할지라도 연세대 소속을 병기(Joint Affiliation)할 경우 지원금 외에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을 명시했다. 이는 실질적인 학술 교류보다 외부의 화려한 실적을 자대의 성과로 귀속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음을 보여준다.
2. '학술 용병'의 위력: 6년간 500편을 쏟아낸 해외 학자들
연구 역량 평가 프로그램인 사이발(SciVal)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중국 둥난대 소속의 차오 진더 교수는 연세대 객원 연구원 신분으로 무려 496건의 논문을 연세대 소속으로 발표했다. 피인용 건수만 1만 1천 건을 상회하며 연세대 전체 연구자 중 논문 수 2위를 기록했다. 그 외 미르잘릴리 교수(285편), 툰시 교수(254편) 등도 연세대 소속으로 다작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에 장기 체류하며 강의를 전담하거나 연세대 교원들과 실질적인 공동 연구를 수행한 흔적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이름만 빌려준 '학술 용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 수직 상승한 대학 순위와 그 뒤에 숨은 도덕적 해이
이러한 공격적인 실적 수집은 실제 지표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연세대의 QS 세계대학 순위는 2018년 100위권 밖이었으나, 학술 용병 제도가 가동된 이후 50위권으로 비약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들이 논문 발표 수와 피인용 지수를 핵심 지표로 삼는 점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하지만 대학 사회 내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학문의 본질인 '진리 탐구'와 '창의적 연구'를 저해하고, 자본력을 동원해 지표를 매수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 연세대의 해명과 제도 개선: "윤리적 한계 인지해 정리"
논란이 확산되자 연세대학교는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트렌드였다고 해명하며 방어에 나섰다. 다만 학교 측은 2022년 8월경 이러한 운영 방식의 윤리적 한계를 인지했으며, 실질적인 공동 저자 논문만 실적으로 인정하도록 규정을 대폭 수정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현재 YFL 소속 해외 연구자는 0명"이라며, 과거 코로나19 시기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14명가량의 해외 학자들과 계약을 종료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사실상 과거의 실적 부풀리기 관행이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5. 대학 평가 시스템의 근본적 회의와 향후 과제
연세대와 고려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잇따라 '학술 용병'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학 순위 경쟁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숫자와 통계에 매몰된 평가 시스템이 대학들로 하여금 편법을 동원하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한국 대학 전체의 연구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과제는 정량적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실질적인 연구 환경 조성과 국내외 연구자 간의 진정성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세계 몇 위'라는 타이틀보다 '어떤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