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교통법규 공익신고의 이면: 지역·수사관별 '고무줄 처분'과 법적 형평성 논란
3년여간 약 2,400건의 교통법규 위반을 신고한 공익제보자 최모 씨의 데이터 분석 결과, 지역별 과태료 처분율이 최저 28.4%에서 최고 84.1%까지 극심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에 대해서도 담당 수사관에 따라 '과태료'와 '단순 경고' 처분이 엇갈리고 있어 공익신고의 실효성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 측은 도로 상황과 고의성 등을 종합 고려한 현장의 재량권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급증하는 신고 물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담 인력 문제도 부실 처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 데이터로 증명된 법 집행의 격차: 지역별 처분율의 '극과 극'
최근 공개된 공익신고자 최 씨의 제보 사례 2,372건에 대한 분석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동일한 안전신문고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서에 따라 처분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경기북부의 한 경찰서는 처분율이 20%대에 머문 반면, 경기남부의 다른 경찰서는 80%를 상회하는 처분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지역적 격차는 시민들에게 '어느 지역에서 위반하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불신을 심어주며, 법 집행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보편적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 수사관의 재량권인가, 일탈인가: 주관적 판단의 함정
더 큰 문제는 담당 수사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처분이 널뛰기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모 경찰서 사례를 보면, 동일 부서 내에서도 수사관 A는 15.3%의 처분율을, 수사관 B는 80.1%의 처분율을 보였다.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반 행위조차 누군가에게는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계도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실정이다. 제보자들은 이러한 행태가 경찰의 합리적인 재량권 행사를 넘어선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명확하고 통일된 단속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 경찰의 항변: 현장 상황과 운전자 고의성의 종합적 고려
논란에 대해 경찰 당국은 도로 안전 확보라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찰나의 순간만으로는 당시 도로의 기하학적 형태, 주변 교통량, 운전자의 피치 못할 사정 등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즉, 기계적인 과태료 부과보다는 현장 수사관이 종합적 맥락을 짚어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경우에만 강력하게 처분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담당자 재량과 현장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실질적인 교통 질서 확립에 도움이 된다고 해명하며, 단순 수치상의 격차만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 압도적인 신고 물량과 인력난: 행정 효율성의 한계
이러한 '고무줄 처분'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지난해 안전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는 무려 347만 건에 달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전담 인력은 전국을 통틀어 663명에 불과하다. 수사관 1인당 하루 평균 14건 이상의 영상 판독과 민원 응대를 소화해야 하는 혹독한 업무 강도가 지속되고 있다.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 정밀한 판독보다는 신속한 처리에 치중하다 보니, 판단의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행정 편의적인 계도 처분이 남발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충이 숨어 있는 것이다.
5.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한 제언: 신뢰받는 교통 행정으로의 길
공익신고제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감시를 통해 법규 준수 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처분 결과가 담당자에 따라 달라진다면 제보자들의 신고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으며, 위반 운전자들 또한 처벌의 정당성을 수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은 위반 유형별로 세분화된 표준 처분 기준을 마련하고, AI 영상 분석 기술 등을 도입해 판독의 정확성과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적정 인력 배치를 통해 수사의 질을 보장함으로써, 재량권이 납득 가능한 범주 내에서 투명하게 행사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